8월 14, 2025
포르투갈빅3

포르투갈 축구의 GOAT는?

포르투갈 축구는 ‘오스 트레스 그랑드스(Os Três Grandes)’, 즉 ‘세 개의 거인’이라 불리는 세 클럽에 의해 한 세기 넘게 지배되어 왔습니다. 리스본을 연고로 하는 SL 벤피카와 스포르팅 CP, 그리고 북부의 강자 FC 포르투가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승점 싸움을 넘어, 각 도시의 자존심과 철학이 충돌하는 대서사시입니다.

본 보고서는 단순한 성적과 통계를 넘어, 각 클럽의 창단 신화부터 고유한 문화, 팬덤의 정체성, 그리고 클럽의 영혼을 구성하는 전설적인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세 거인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순한 축구 클럽 소개가 아닌, 포르투갈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축구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1. 정체성의 기원: 민중, 귀족, 그리고 북부의 자존심

SL 벤피카: 민중의 클럽, ‘오 글로리오주’

벤피카는 1904년, 벨렝 지역의 한 약국 뒷방에서 학생들과 축구 애호가들에 의해 ‘스포르트 리스보아’라는 이름으로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소박한 시작은 벤피카가 ‘민중의 클럽’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클럽의 모토인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은 라틴어로 “여럿이 모여 하나”를 의미합니다. 이는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거대한 팬덤의 통합과 단결을 상징하며, ‘민중의 클럽’이라는 철학을 완벽하게 요약합니다.

스포르팅 CP: 귀족의 클럽, ‘레오에스’

스포르팅 CP는 1906년, 조제 알발라드가 그의 할아버지인 알발라드 자작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설립했습니다. 클럽은 창립 초기부터 “훌륭한 사회의 흠잡을 데 없는 품행을 가진 개인들”을 위한 클럽으로 규정되며 엘리트주의적이고 귀족적인 뿌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클럽의 모토는 “노력, 헌신, 열정, 영광(Esforço, Dedicação, Devoção e Glória)”으로, “유럽 최고의 클럽만큼 위대한 클럽”을 만들고자 했던 창립자들의 야망을 반영합니다.

FC 포르투: 북부의 자존심, ‘드라공이스’

FC 포르투는 1893년 포르투갈의 산업 중심지인 포르투에서 창단되었습니다. 클럽의 정체성은 산업 및 경제적 경쟁에 기반한 북부(포르투)와 정치 및 문화적 수도인 남부(리스본) 간의 역사적인 지역 대립 구도에 깊이 뿌리박고 있습니다.

클럽 문장에 새겨진 용(Dragão)은 포르투 시의 문장이기도 하며, 힘과 활력, 그리고 불굴의 정신(‘무적의 도시’라는 뜻의 Invicta City)을 상징합니다. 이는 클럽과 도시의 정체성이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라이벌리: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선 전쟁

리스본 더비 (Derby de Lisboa): 벤피카 vs. 스포르팅

이 라이벌리는 1907년, 8명의 벤피카 선수가 더 나은 시설을 제공하는 스포르팅으로 이적하는 실용적인 문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초기 사건은 곧 리스본의 사회적 분열을 상징하는 구도로 발전했습니다. 벤피카는 ‘민중의 클럽’으로, 스포르팅은 ‘귀족의 클럽’으로 자리매김하며, 더비는 계급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오 클라시쿠 (O Clássico): 벤피카 vs. 포르투

‘오 클라시쿠’는 단순한 클럽 간의 경쟁을 넘어, 포르투갈의 두 최대 도시인 리스본과 포르투 간의 역사적인 남북 갈등을 대변합니다. 이 라이벌리는 1980년대 이후 포르투가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본격적으로 격화되었고, 오늘날 포르투갈에서 가장 치열한 경기로 꼽힙니다.


3. 황금 시대와 유산: 역사를 만든 위대한 팀들

벤피카: 에우제비우와 ‘벨라 구트만의 저주’

벨라 구트만 감독의 지휘 아래, 벤피카는 ‘흑표범’ 에우제비우를 앞세워 1961년과 1962년 2회 연속 유러피언컵 정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우승 후 구트만 감독이 보너스 인상 요구를 거절당하자 “앞으로 100년 동안 벤피카는 유럽 챔피언이 되지 못할 것이다!”라는 저주를 남기고 떠났고, 공교롭게도 벤피카는 그 이후 8번의 유럽 대항전 결승에서 모두 패배했습니다.

스포르팅: 전설적인 ‘다섯 개의 바이올린’ 시대

1940-50년대, ‘다섯 개의 바이올린(Os Cinco Violinos)’으로 불린 전설적인 공격진이 팀을 이끌었습니다. 페르난두 페이로테우를 필두로 한 이들은 8시즌 동안 7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포르투갈 무대를 지배했습니다. 이 황금기는 클럽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축구 스타일, 즉 기술적 우아함과 공격적 미학을 정립했습니다.

포르투: 1987년의 기적과 무리뉴 시대의 영광

포르투는 1987년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당대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고, 2004년에는 젊은 감독 조제 무리뉴의 지휘 아래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다시 한번 올랐습니다. 이 두 번의 우승은 모두 언더독으로서 우수한 조직력과 전술적 지능,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의 천재성으로 승리했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4. 판테온: 각 클럽을 빛낸 10인의 레전드

벤피카의 불멸자들

  1. 에우제비우 : ‘흑표범’. 벤피카와 포르투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1965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클럽 역대 최다 득점자.
  2. 마리우 콜루나 : ‘신성한 괴물’. 1960년대 황금기 팀의 주장이자 핵심 미드필더.
  3. 주제 아구아스 : ‘황금 머리’. 1961, 1962년 유러피언컵 결승에서 모두 득점한 주장.
  4. 루이 코스타 : ‘마에스트로’. 벤피카 유스가 낳은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이자 현 클럽 회장.
  5. 네네 : 18시즌을 뛴 원클럽맨.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
  6. 루이장 : 클럽 역사상 최장수 주장이자 최다 우승(20회) 기록을 보유한 브라질 출신 수비수.
  7. 안토니우 시몽이스 : 18세에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한 1960년대 황금기의 핵심 윙어.
  8. 움베르투 코엘류 : 약 500경기를 소화한 전설적인 중앙 수비수.
  9. 주제 토레스 : ‘친절한 거인’. 1960년대 황금기 팀의 주전 공격수, 259경기 226골 기록.
  10. 오스카르 카르도소 : 벤피카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파라과이 출신 공격수.

스포르팅의 사자들

  1. 페르난두 페이로테우 : ‘다섯 개의 바이올린’의 리더. 334경기 544골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록을 남긴 골잡이.
  2. 주제 트라바수스 : ‘다섯 개의 바이올린’의 ‘엔진’. 지치지 않는 활동량의 플레이메이커.
  3. 마누엘 바스크스 : ‘다섯 개의 바이올린’의 ‘예술가’. 기술적인 플레이와 창의성의 상징.
  4. 알바누 페레이라 : ‘다섯 개의 바이올린’의 왼쪽 공격수. 335경기 153골 기록.
  5. 제주스 코레이아 : 전설적인 5중주단의 마지막 멤버. 다재다능한 공격수.
  6.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아카데미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선수. 5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축구의 아이콘.
  7. 루이스 피구 : 아카데미 출신 최초의 발롱도르 수상자. 포르투갈 ‘황금 세대’의 리더.
  8. 마누엘 페르난데스 : 클럽 역대 득점 2위에 올라 있는 상징적인 인물.
  9. 일라리우 다 콘세이상 :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수비수.
  10. 후이 파트리시우 : 아카데미 출신으로 오랜 기간 팀의 골문을 든든히 지킨 골키퍼.

포르투의 용들

  1. 페르난두 고메스 : ‘비보타(두 개의 골든 부츠)’. 포르투 역대 최다 득점자(355골).
  2. 주앙 핀투 : 포르투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오랜 기간 주장을 역임한 구심점.
  3. 비토르 바이아 : 포르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25개)을 차지한 전설적인 골키퍼.
  4. 데쿠 : 2004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의 창의적인 심장. UEFA 올해의 선수.
  5. 히카르두 카르발류 : 무리뉴 시대 수비진을 이끈 바위 같은 존재. 2004년 UEFA 최우수 수비수.
  6. 라바 마제르 : 1987년 유러피언컵 결승전의 영웅. 그의 상징적인 백힐 골은 클럽 역사상 최고의 순간.
  7. 조르제 코스타 : 강인하고 타협하지 않는 스타일의 중앙 수비수. 오랜 기간 주장을 맡으며 클럽의 정신을 상징.
  8. 알로이시우 : 10년 이상 포르투의 수비진을 지킨 브라질 출신의 꾸준함의 대명사.
  9. 에르나니 : 1950년대 포르투의 공격을 이끈 클럽 역대 득점 2위의 전설적인 골잡이.
  10. 도밍구스 파시엔시아 : 포르투 유스 아카데미 출신으로 10년 넘게 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

종합 비교 및 결론: 포르투갈 축구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오스 트레스 그랑드스’ 주요 우승 트로피 비교 (2025년 기준)

대회벤피카스포르팅 CPFC 포르투
프리메이라 리가382130
타사 드 포르투갈261820
수페르타사 칸디두 드 올리베이라9924
유러피언컵 / UEFA 챔피언스리그202
UEFA컵 / 유로파리그002
주요 대회 총계865786

벤피카, 스포르팅, 그리고 포르투는 각각 독특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포르투갈 축구의 역사를 써 내려왔습니다. 벤피카는 ‘민중의 클럽’으로서 거대한 규모를, 스포르팅은 귀족적 뿌리 위에서 예술적인 축구와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포르투는 북부의 자존심을 내세운 ‘전사’의 이미지로 리스본 중심의 질서에 도전해왔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포르투갈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습니다. 이 세 거인은 서로를 정의하고 서로를 통해 발전하며 포르투갈 축구라는 영원한 트라이앵글을 구성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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