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이탈리아 축구의 GOAT는?
이탈리아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 문화, 그리고 정체성의 격렬한 용광로입니다. 그 중심에는 각각 독특한 이야기와 불타는 영혼을 지닌 세 개의 위대한 클럽이 있습니다: AS 로마, SS 라치오, 그리고 SSC 나폴리. 이들은 단순한 축구팀을 넘어, 각 도시의 심장이자 지역적 자부심의 상징이며, 역사의 흐름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그릇입니다.
이 글은 2025년을 기준으로, 이 세 클럽의 깊은 곳을 탐험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독특한 탄생 신화, 그들을 정의하는 치열한 라이벌리, 그리고 클럽의 전설에 이름을 새긴 상징적인 인물들을 깊이 있게 조명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승패의 기록이 아니라, 정체성, 자부심, 그리고 도시와 팀 사이의 깨지지 않는 유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AS 로마: 제국의 심장, 잘로로시 (Giallorossi)
역사와 정체성
1927년, 로마를 연고로 하던 세 클럽이 합병하여 창단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를 통치하던 파시스트 정권이 북부의 강력한 클럽들에 대항할 수 있는 단일하고 강력한 팀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가 깊이 개입된 결과였습니다.
클럽의 엠블럼은 로마 건국 신화의 핵심인 ‘루파 카피톨리나’, 즉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 젖을 물리는 암늑대입니다. 이는 클럽이 로마라는 도시의 고대 유산과 정통성을 직접적으로 계승한다는 강력한 선언입니다.
영광의 시대: 2001년 스쿠데토
2000-01 시즌,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지휘 아래 로마는 18년 만의 세리에 A 우승(스쿠데토)을 차지했습니다. ‘왕자’ 프란체스코 토티, 거포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작은 비행기’ 빈첸초 몬텔라로 이어지는 공격진의 화력은 당대 최고였습니다.
로마의 전설 10인
- 프란체스코 토티 : ‘Il Capitano’. AS 로마 그 자체이자 영원한 주장. 구단 최다 출장 및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원클럽맨.
- 다니엘레 데 로시 : ‘Capitan Futuro’. 토티의 뒤를 이은 ‘미래의 주장’. 18시즌 동안 로마를 위해 헌신한 투지 넘치는 미드필더.
- 브루노 콘티 : 1982년 월드컵 우승 멤버. 1983년 스쿠데토를 이끈 환상적인 윙어.
- 알다이르 : 브라질 출신의 철벽 수비수. 2001년 스쿠데토의 핵심. 그의 등번호 6번은 영구 결번.
- 파울루 호베르투 파우캉 : ‘로마의 여덟 번째 왕’. 1980년대 로마의 중원을 지휘한 브라질의 천재 미드필더.
- 로베르토 프루초 : 세리에 A 득점왕을 세 차례나 차지한 골잡이. 1983년 스쿠데토의 주역.
- 아메데오 아메데이 : 로마 유스 출신으로 1942년 구단 최초의 스쿠데토를 안긴 영웅.
- 프랑코 탄크레디 : 1983년 스쿠데토와 1984년 유러피언컵 결승의 주역이었던 골키퍼.
- 자코모 로시 : ‘로마의 심장’. 토티 이전까지 38년간 구단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했던 충성심의 상징.
- 주세페 지안니니 : ‘Il Principe’. 토티 이전에 로마를 이끌었던 ‘왕자’. 우아한 플레이메이커이자 주장.
2. SS 라치오: 수도의 첫째, 비안코첼레스티 (Biancocelesti)
역사와 정체성
1900년 1월 9일 창단. AS 로마보다 27년이나 앞선, 수도 로마의 ‘첫 번째’ 축구 클럽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치오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1927년, AS 로마를 탄생시킨 합병을 거부하고 독립성을 지켜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라치오 정체성의 초석이 되었으며,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통합 클럽에 맞서 고유한 유산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의 원천입니다.
영광의 시대: 2000년 스쿠데토
1999-2000 시즌,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라치오는 세리에 A와 코파 이탈리아를 동시에 석권하며 역사적인 ‘더블’을 달성했습니다. 이 스쿠데토는 리그 마지막 날, 유벤투스가 폭우 속에서 페루자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기적처럼 확정되었습니다.
라치오의 전설 10인
- 실비오 피올라 : 세리에 A 역사상 최다 득점자. 라치오 소속으로 149골을 기록해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 조르조 키날리아 : ‘Long John’. 1974년 기적적인 첫 스쿠데토를 이끈 카리스마 넘치는 공격수.
- 알레산드로 네스타 : 라치오 유스가 낳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수. 2000년 스쿠데토 우승 당시 주장.
- 주세페 시뇨리 : ‘Beppe’. 1990년대 라치오의 공격을 이끈 폭발적인 득점 기계. 세리에 A 득점왕 3회.
- 파벨 네드베드 : ‘두 개의 심장’. 1990년대 후반 황금기의 핵심 멤버였던 지치지 않는 체코의 미드필더.
- 로베르토 만치니 : 선수 경력의 황혼기에 합류하여 2000년 스쿠데토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플레이메이커.
- 주세페 윌슨 : 1974년 스쿠데토 우승 당시의 주장. 강력한 리더십으로 팀의 수비를 이끎.
- 루치아노 레 체코니 : ‘금발의 천사’. 1974년 우승팀의 중원 엔진. 비극적인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
- 루카 마르케자니 : 10년간 라치오의 골문을 지킨 수호신. 크라뇨티 시대의 성공을 함께함.
- 주세페 파발리 : 라치오 구단 역사상 최다 출장 기록(401경기) 보유자. 꾸준함의 상징.
3. SSC 나폴리: 베수비오의 그림자, 파르테노페이 (Partenopei)
역사와 정체성
나폴리의 정체성은 도시의 역사와 신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클럽의 별명 ‘파르테노페이’는 도시의 기원 신화에서, ‘아주리’ 유니폼은 나폴리 만의 푸른 바다에서 유래했습니다.
1984년,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가 나폴리로 이적한 순간, 클럽과 도시의 역사는 영원히 바뀌었습니다. 그의 존재는 단순한 선수 영입을 넘어, 부유한 북부에 의해 억압받던 남부의 정서를 대변하는 사회적, 문화적 혁명이었습니다. 그는 나폴리에 두 번의 스쿠데토를 안기며 도시의 수호성인이자 ‘신’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마라도나 시대 이후 파산과 재창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팬들의 열정적인 지지 속에 3부 리그에서부터 다시 세리에 A로 복귀하는 기적을 썼습니다.
나폴리의 전설 10인
- 디에고 마라도나 : ‘El Pibe de Oro’.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이자 나폴리의 신. 도시 전체에 희망과 자존심을 안겨준 상징.
- 마렉 함식 : ‘Marekiaro’. 구단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데 라우렌티스 시대의 부활을 이끈 주장.
- 드리스 메르텐스 : ‘Ciro’. 구단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벨기에 공격수. 나폴리 시민이라는 애칭으로 불림.
- 로렌초 인시녜 : ‘Il Magnifico’. 나폴리 출신의 로컬 보이이자 주장. 나폴리 팬들의 꿈을 대변.
- 치로 페라라 : 마라도나 시대의 핵심 수비수이자 나폴리 출신. 2번의 스쿠데토 우승에 기여.
- 주세페 브루스콜로티 : ‘철기둥’. 16년간 나폴리의 수비를 책임진 충성심의 아이콘.
- 안토니오 율리아노 : 16시즌 동안 나폴리에서만 뛴 원클럽맨 미드필더. 마라도나 이전 시대의 상징.
- 에딘손 카바니 : ‘El Matador’. 단 세 시즌 만에 104골을 몰아친 우루과이의 특급 골잡이.
- 칼리두 쿨리발리 : 나폴리 수비의 핵심이었던 세네갈의 거인. 세계 최고 수준의 센터백.
- 디노 조프 :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 중 한 명. 나폴리를 세리에 A의 경쟁력 있는 팀으로 격상시킴.
종합 비교 분석: 영광의 기록과 숙명의 라이벌
주요 우승 트로피 비교
트로피 | AS 로마 | SS 라치오 | SSC 나폴리 |
세리에 A | 3 | 2 | 4 |
코파 이탈리아 | 9 | 7 | 6 |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 2 | 5 | 2 |
유럽 대항전 | 2 | 2 | 1 |
총합 | 16 | 16 | 13 |
라이벌리: 수도의 더비 vs. 태양의 더비
- 데르비 델라 카피탈레 (로마 vs. 라치오): ‘수도 더비’는 로마 시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내전과도 같습니다. ‘지역 최초의 클럽’ 라치오와 ‘도시를 통합한 유일한 클럽’ 로마의 이념적 충돌입니다.
- 데르비 델 솔레 (로마 vs. 나폴리): ‘태양의 더비’는 이탈리아 북부의 지배에 맞서는 남부의 자존심 대결입니다. 한때 동지였던 관계가 틀어졌기에, 배신감과 증오가 뒤섞인 독특한 쓴맛을 가집니다.
결론: 세 도시, 세 가지 색, 하나의 열정
로마는 영원한 도시의 역사와 자부심 그 자체를, 라치오는 독립성과 지역 정체성의 상징을, 나폴리는 억압받던 남부의 목소리이자 반란과 구원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트로피와 통계가 그들의 역사의 일부를 말해주지만, 이 클럽들의 진정한 가치는 각자의 고향, 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람들과 맺고 있는 깨지지 않는 유대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