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축구의 GOAT는?
두 대륙에 걸쳐 있는 신비로운 도시 이스탄불. 이 도시의 축구 문화 역시 두 세계의 열정과 자부심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해왔습니다. 이 거대한 도시의 심장부에는 터키 축구를 지배하고, 그 역사를 써 내려온 세 개의 거대한 기둥, ‘위츠 뷔위클레르(Üç Büyükler)’, 즉 ‘빅3’가 존재합니다. 바로 갈라타사라이 SK, 페네르바체 SK, 그리고 베식타쉬 JK입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스포츠 라이벌리를 초월합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이들의 경쟁은 역사, 문화, 사회 계층, 그리고 이념의 대리전입니다. 이 글은 2025년을 기준으로, 세 거인의 현재 성적을 넘어 그들의 뿌리 깊은 역사와 독특한 클럽 문화, 그리고 클럽의 영혼을 구성하는 전설적인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세 거인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자 합니다.
1. 갈라타사라이 SK: 대륙을 호령하는 사자들
역사: 엘리트 교육의 산실에서 유럽의 정복자까지
1905년, 오스만 제국의 근대화 상징이었던 갈라타사라이 고등학교 학생들이 “터키인이 아닌 팀들을 이기겠다”는 목표 아래 클럽을 창단했습니다. 서구적이고 지적인 엘리트 교육 기관에서 태동했다는 사실은 클럽의 DNA에 ‘귀족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갈라타사라이 역사의 정점은 2000년 UEFA컵 우승입니다. 파티흐 테림 감독의 지휘 아래, 그들은 아스널과 레알 마드리드를 연파하고 UEFA컵과 슈퍼컵을 모두 들어 올렸습니다. 이 위대한 업적으로 그들은 ‘아브루파 파티히(Avrupa Fatihi)’, 즉 ‘유럽의 정복자’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게 되었고, 이는 라이벌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자부심의 원천입니다.
갈라타사라이의 10대 레전드
- 게오르게 하지 : ‘카르파티아의 마라도나’. 2000년 UEFA컵 우승 신화의 절대적인 지휘관.
- 메틴 옥타이 : ‘왕관 없는 왕’. 클럽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 페네르바체 더비에서 골네트를 찢은 전설.
- 뷸렌트 코르크마즈 : ‘위대한 주장’. 어깨 탈골 상태로 UEFA컵 결승전을 소화한 투혼의 상징.
- 하칸 쉬퀴르 : ‘보스포러스의 황소’. 2000년 우승의 핵심 공격수이자 터키 역대 최다 득점자.
- 클라우디우 타파레우 : 브라질의 전설적인 골키퍼. 2000년 UEFA컵 결승 승부차기 영웅.
- 페르난도 무슬레라 : 현대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최장수 외국인 선수.
- 파티흐 테림 : ‘황제’. 선수이자 감독으로서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 투가이 케리모을루 : 유스 출신의 천재 미드필더. UEFA컵 우승 멤버.
- 아르다 투란 : 갈라타사라이 유스가 낳은 또 다른 천재. 어린 나이에 주장을 역임.
- 게오르게 포페스쿠 : 황금 시대 수비의 핵. 2000년 UEFA컵 결승 마지막 승부차기 성공.
2. 페네르바체 SK: 아시아 대륙을 비추는 노란 카나리아
역사: 독립 전쟁의 상징에서 국민의 클럽으로
1907년,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인 카디쿄이에서 오스만 제국 술탄의 통제를 피해 비밀리에 창단되었습니다.
페네르바체 정체성의 핵심은 1923년 ‘해링턴 장군 컵’ 승리입니다. 이스탄불을 점령했던 영국군 총사령관의 정예 부대를 꺾은 이 승리는 터키 공화국 건국 직전, 터키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인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특히 현대 터키의 국부 아타튀르크가 페네르바체의 팬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국민의 클럽’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페네르바체의 10대 레전드
- 알렉스 데 소우자 : 브라질 출신의 마에스트로. 클럽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 경기장 앞에 동상이 세워짐.
- 레프테르 퀴취칸도니아디스 : ‘교수’. 그리스계 선수로서 클럽의 상징과도 같았던 위대한 득점자.
- 잔 바르투 : ‘시뇨르’. 축구와 농구 국가대표로 모두 활약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 제키 르자 스포렐 : 해링턴 장군 컵 결승전에서 두 골을 기록한 영웅.
- 지하트 아르만 : ‘날아다니는 골키퍼’. 그의 노란 유니폼에서 ‘노란 카나리아’라는 클럽의 별명이 탄생.
- 르드반 딜멘 : ‘악마’.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천재적인 재능으로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힘.
- 아이쿠트 코자만 : 쉬페르리그 20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이자 성공적인 감독.
- 볼칸 데미렐 : 거의 20년간 골문을 지킨 열정적인 골키퍼. 특히 더비에서 투지가 넘쳤음.
- 뮈즈다트 예트키네르 :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16년간 헌신한 충성심의 상징.
- 오우즈 체틴 : ‘황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팀의 주장이자 중원의 사령관.
3. 베식타쉬 JK: 보스포러스 해협의 검은 독수리 군단
역사: 터키 최초의 스포츠 클럽과 무패 신화
베식타쉬의 자부심은 1903년 오스만 제국에서 공식적으로 등록된 최초의 스포츠 클럽이라는 ‘최초’의 역사에서 비롯됩니다.
베식타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1991-92 시즌 ‘무패 우승’ 신화입니다. 이 위업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오직 축구 그 자체의 완벽함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증명한 사건입니다. 이 신화의 중심에는 ‘MAF 트리오'(메틴, 알리, 페이야즈)가 있었습니다.
베식타쉬의 10대 레전드
- 하크 예텐 : ‘아버지 하크’. 선수, 감독, 회장을 모두 역임한 클럽의 아버지.
- 쉴레이만 세바 :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회장이자 선수 출신 레전드.
- 메틴 테킨 : ‘금빛 폭풍’. 전설적인 MAF 트리오의 일원이자 폭발적인 스피드의 윙어.
- 알리 귈티켄 : MAF 트리오의 강력한 스트라이커. 무패 우승 신화의 주역.
- 페이야즈 우차르 : MAF 트리오 중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 클럽의 쉬페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
- 르자 찰름바이 : ‘원자 개미’.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한 원클럽맨.
- 세르겐 얄츤 : 빅3 클럽 모두에서 뛰었지만 베식타쉬의 아이콘으로 남은 천재 미드필더.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리그 우승 차지.
- 메흐메트 외즈딜렉 : ‘시포 메흐메트’. 뛰어난 기술을 가졌던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주장.
- 히카르두 콰레스마 : ‘트리벨라’ 킥으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윙어.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컬트 히어로.
- 아티바 허친슨 : ‘문어’. 10년간의 헌신과 꾸준함으로 현대 베식타쉬의 전설이 된 캐나다 출신 미드필더.
빅3 비교 분석: 영원한 라이벌, 끝나지 않는 이야기
트로피 비교: 숫자로 보는 영광의 역사
대회 | 갈라타사라이 | 페네르바체 | 베식타쉬 |
쉬페르리그 | 25 | 19 | 16 |
터키 컵 | 19 | 7 | 11 |
터키 슈퍼컵 | 17 | 9 | 10 |
UEFA 유로파리그 | 1 | 0 | 0 |
UEFA 슈퍼컵 | 1 | 0 | 0 |
총합 | 63 | 35 | 37 |
정체성과 문화: 귀족, 국민, 그리고 민중
갈라타사라이는 ‘귀족’과 ‘유럽의 정복자’라는 정체성을, 페네르바체는 ‘국민의 클럽’이라는 민족적 자부심을, 베식타쉬는 두 거인 사이에서 ‘민중’과 ‘반항아’의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이 세 클럽 중 어느 하나가 다른 둘보다 절대적으로 위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터키 축구의 위대함은 이 세 거인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이고, 영원하며, 열정적인 경쟁 관계 그 자체에 있습니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계속될 것이며, 그들의 전설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