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 2025
지단플라티니

프랑스 축구의 GOAT는?

프랑스는 수많은 축구 전설을 배출했지만, 그 역사 속에서도 유독 두 명의 이름이 찬란하게 빛납니다. 바로 등번호 10번을 달고 각자의 시대를 지배했던 두 명의 마에스트로, 미셸 플라티니와 지네딘 지단입니다. ‘왕(Le Roi)’이라 불리며 득점과 우승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라티니, 그리고 ‘지주(Zizou)’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필드 위의 예술가로 군림했던 지단.

이들의 우열을 가리는 논쟁은 ‘위대함’을 측정하는 기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압도적인 기록과 꾸준한 지배력으로 시대를 정의하는 것이 위대함인가, 아니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예술적인 플레이와 클러치 능력으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위대함인가? 2025년의 시점에서 두 전설의 커리어를 조망하며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1. 플레이 스타일: 득점하는 왕 vs. 필드의 발레리노

지네딘 지단: 우아함의 화신, ‘발레리노’

지단의 플레이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우아함’일 것입니다. 그의 볼 컨트롤과 첫 터치는 신의 경지에 가까웠으며, 공을 소유하는 순간 경기장의 모든 혼돈을 잠재우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경기를 지휘했습니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그의 양발에는 실크 장갑을 낀 것 같다.”

그의 시그니처 무브인 ‘마르세유 룰렛’은 단순히 화려한 개인기가 아니라, 공간이 없는 곳에서 공간을 창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빅 게임 플레이어’였습니다.

미셸 플라티니: ‘르 루아’, 득점 기계 미드필더

플라티니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파괴한 혁명가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을 능가하는 경이로운 득점력이었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수비가 굳건했던 1980년대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3회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습니다.
  • 커리어 통산 50골에 달하는 프리킥 득점은 그를 역대 최고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으로 만들었습니다.
  • 프랑스 축구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미드필드진 ‘카레 마지크(마법의 사각형)’의 명실상부한 리더였습니다.

2. 클럽 커리어: 유럽 축구의 정점에서

지단의 클럽 여정: 갈락티코의 상징

지단은 유벤투스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후, 2001년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의 화룡점정이 되었습니다.

200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바이어 레버쿠젠을 상대로 터뜨린 그의 왼발 발리슛은 단순한 결승골을 넘어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한 방으로 그는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게 영원한 전설로 각인되었습니다.

플라티니의 클럽 여정: 세리에 A를 정복한 황제

플라티니는 1982년 유벤투스로 이적하여 ‘카테나치오’의 시대를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평정했습니다.

유벤투스에서 그는 두 번의 세리에 A 우승, 1985년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했으며, 개인적으로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3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습니다.

클럽 커리어 통산 기록 비교

구분지네딘 지단미셸 플라티니
소속 클럽AS 칸, 보르도,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AS 낭시, 생테티엔, 유벤투스
총 출장689550
총 득점125297
총 도움14152
주요 유럽 대항전 우승챔피언스리그 (1)유러피언컵 (1), 컵 위너스컵 (1)

3. 국가대표: 레블뢰의 영웅들

지단: 1998년 월드컵의 영웅과 2006년의 비극

지단의 국가대표 커리어는 ‘월드컵’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1998년, 조국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고, 특히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터뜨린 두 번의 헤더골은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2년 뒤 유로 2000에서도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2006년 월드컵에서는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박치기 퇴장’이라는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플라티니: 1984년 유로, 프랑스를 정상에 올리다

플라티니에게 국가대표 커리어의 정점은 단연 유로 1984였습니다. 그는 주장으로서 프랑스에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안겼습니다.

이 대회에서 그는 5경기 9골이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유로 단일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습니다. 두 번의 해트트릭까지 기록하며 말 그대로 ‘원맨쇼’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습니다.

국가대표 커리어 기록 비교

구분지네딘 지단미셸 플라티니
A매치 출장10872
A매치 득점3141
월드컵 최고 성적우승 (1998)4위 (1982), 3위 (1986)
유로 최고 성적우승 (2000)우승 (1984)

4. 개인 수상: 시대를 지배한 두 가지 방식

수상 내역지네딘 지단미셸 플라티니
발롱도르1회 (1998)3회 (1983, 1984, 1985)
FIFA 올해의 선수3회 (1998, 2000, 2003)
세리에 A 득점왕0회3회 (1983, 1984, 1985)
유로 대회 MVP1회 (2000)1회 (1984)
월드컵 골든볼1회 (2006)0회

플라티니의 3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은 리그에서의 꾸준하고 압도적인 지배력을, 지단의 수상은 월드컵과 같은 ‘결정적 순간’의 임팩트를 중시하는 시대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5. 선수 은퇴 이후: 감독과 행정가, 두 개의 길

감독 지단: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신화

지단은 감독으로서도 축구사에 전례 없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하여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라커룸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선수 관리’ 능력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행정가 플라티니: UEFA 회장으로서의 빛과 그림자

‘왕’이었던 플라티니는 은퇴 후 축구 권력의 정점인 UEFA 회장(2007-2015)에 올랐습니다. 그는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의미 있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2015년 부정 자금 수수 혐의에 연루되어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2025년 3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그의 행정가 커리어는 사실상 막을 내린 뒤였습니다.


결론: 누가 더 위대한가? 지단과 플라티니의 유산

‘누가 더 위대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평가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티니의 위대함은 압도적인 기록과 시대 지배력에 근거합니다. 미드필더로서 전례 없는 득점 기록, 3회 연속 발롱도르 수상, 그리고 프랑스에 첫 메이저 트로피를 안긴 그의 활약은 그가 자신의 시대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왕’이었음을 증명합니다.

지단의 위대함은 기록을 초월하는 예술성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상징성에 있습니다.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골로 우승을 이끈 그의 커리어는 극적인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감독으로서 이룬 업적까지 더하면, 그의 축구계 전체에 미친 영향력은 플라티니를 능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우열을 가리기보다 두 선수가 프랑스 축구 역사에 남긴 각기 다른 유산을 이해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입니다. 플라티니가 프랑스 축구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면, 지단은 그 위에 ‘대성당’을 짓고 월드컵이라는 가장 빛나는 ‘장식’을 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은 시대를 지배한 왕이었고, 다른 한 명은 역사를 만든 예술가였습니다. 이 위대한 논쟁 자체가 프랑스 축구가 얼마나 풍요로운 유산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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