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축구의 GOAT는?
이탈리아 축구, 즉 ‘칼치오(Calcio)’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세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유벤투스, AC 밀란, 그리고 인터 밀란입니다. 이 세 클럽은 단순한 축구팀을 넘어, 이탈리아 축구라는 거대한 대성당을 지탱하는 세 개의 기둥과도 같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라이벌 관계를 넘어, 이탈리아의 사회, 문화, 경제와 얽히며 각기 다른 철학과 정체성을 구축해왔습니다.
본 분석은 2025년을 기준으로, 각 클럽의 영혼을 깊이 파고드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세 거인의 영광스러운 역사, 그들을 움직이는 독특한 클럽 철학,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낸 전설적인 선수들을 통해 각 클럽의 본질을 비교 분석하고자 합니다.
1. 유벤투스: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다.’
역사와 철학: 아넬리 가문과 ‘유벤투스 스타일’
유벤투스의 정체성을 논할 때 아넬리 가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23년부터 피아트(FIAT)를 소유한 이 막강한 가문은 유벤투스를 하나의 왕조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스틸레 유베(Stile Juve)’, 즉 ‘유벤투스 스타일’이 탄생했습니다. 이는 특정 전술을 넘어선, 클럽 전체를 관통하는 기업적이고 문화적인 에토스입니다. 절제된 품격, 엄격한 규율, 프로페셔널리즘,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움이나 과정보다 결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냉철한 승리주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2006년 ‘칼치오폴리’ 스캔들로 강등되었을 때, 델 피에로, 부폰, 네드베드와 같은 스타들이 잔류를 결정한 것은 이 ‘스틸레 유베’에 대한 충성이었습니다.
유벤투스를 빛낸 10인의 레전드
-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 클럽 역대 최다 출장 및 최다 득점 기록 보유자. 그의 상징적인 ‘델 피에로 존’에서의 감아차기, 예술적인 프리킥,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커리어는 유벤투스 정신의 정수입니다.
- 잔루이지 부폰 : 골키퍼 포지션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칼치오폴리 이후에도 팀에 남아 충성심을 증명한 또 다른 상징.
- 가에타노 시레아 : 선수 생활 내내 단 한 번의 퇴장도 없었던 위대한 리베로. 신사적인 플레이와 리더십으로 ‘스틸레 유베’의 품격을 대표했습니다.
- 미셸 플라티니 : 1980년대 유벤투스에 3회 연속 발롱도르를 안긴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 잠피에로 보니페르티 : 선수, 주장, 회장으로서 클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인물.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클럽의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 지네딘 지단 : 유벤투스에서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 중원의 마에스트로.
- 파벨 네드베드 : ‘체코의 분노’라 불린 지치지 않는 엔진.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칼치오폴리 이후에도 팀에 남은 충신의 아이콘.
- 조르조 키엘리니 : 최근 유벤투스의 황금기를 이끈 현대적인 수비의 화신. 투지와 헌신으로 똘똘 뭉친 전사.
- 디디에 데샹 : 선수로서 유벤투스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월드컵 위너. ‘물지게꾼’으로 불릴 만큼 헌신적이었던 실용적인 스타일.
- 다비드 트레제게 : 델 피에로의 영혼의 파트너. 치명적인 결정력을 자랑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산 골잡이.
2. AC 밀란: ‘사키이즘’과 유럽의 제왕
역사와 철학: 아리고 사키의 혁명과 ‘불멸자들’
1980년대 후반, 아리고 사키 감독의 등장은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그는 ‘사키이즘(Sacchi-ism)’이라 불리는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밀란에 이식했습니다.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압박 축구, 유기적인 지역 방어, 극도로 콤팩트한 진형은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카테나치오’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습니다.
이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그 유산을 계승하며 밀란의 두 번째 황금기를 열었고, 특히 ‘크리스마스 트리’ 포메이션(4-3-2-1)으로 혁신적인 전술을 선보였습니다.
AC 밀란을 빛낸 10인의 레전드
- 파올로 말디니 : ‘일 카피타노’. 5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클래스와 충성심, 그리고 수비적 완벽함의 대명사.
- 프랑코 바레시 : 사키가 이끌던 ‘불멸자들(Gli Immortali)’의 진정한 리더. 1994년 월드컵 결승전의 투혼은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 안드리 셰우첸코 : 2004년 발롱도르 수상자. 2003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마지막 페널티킥은 밀란의 유럽 정복을 상징하는 장면.
- 마르코 반 바스텐 : 3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우아한 네덜란드 공격수. 그의 커리어는 부상으로 짧게 끝났지만, 남긴 골들은 한 시대를 정의했습니다.
- 루드 굴리트 : 네덜란드 삼총사의 리더.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토탈 풋볼’의 역동성을 경기장에서 구현한 선수.
- 프랑크 레이카르트 : 네덜란드 삼총사의 든든한 버팀목. 그의 지능과 힘은 사키의 혁명적인 시스템에 균형을 제공했습니다.
- 카카 : 메시-호날두 시대 이전에 발롱도르를 수상한 마지막 선수. 폭발적인 스피드와 우아함으로 중원을 지배했습니다.
- 잔니 리베라 : 이탈리아 축구의 원조 ‘골든 보이’. 1969년 발롱도르 수상자.
- 군나르 노르달 : 전설적인 스웨덴 트리오 ‘그레놀리’의 일원. 현재까지도 밀란의 역대 최다 득점자.
- 카를로 안첼로티 : 사키 군단의 지능적인 미드필더였으며, 훗날 감독으로 돌아와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더했습니다.
3. 인터 밀란: ‘파짜 인테르’와 불굴의 정신
역사와 철학: 유일한 개근생과 ‘파짜 인테르’ 정신
인테르의 가장 큰 자부심 중 하나는 세리에 A에서 단 한 번도 강등된 적이 없는 유일한 클럽이라는 사실입니다.
‘파짜 인테르(Pazza Inter)’, 즉 ‘미친 인테르’라는 개념은 클럽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인테르는 환상적인 승리를 거두다가도 믿을 수 없는 패배를 당하는, 극단적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팀입니다.
흥미롭게도 인테르의 황금기는 종종 독일 삼총사나 조제 모리뉴 감독처럼, 극도의 효율성과 규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역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 밀란을 빛낸 10인의 레전드
- 하비에르 사네티 : ‘일 카피타노’.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충성심, 다재다능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의 상징.
- 자친토 파케티 : 원클럽맨이자 위대한 주장. 공격적인 풀백 포지션을 재정의하며 1960년대 ‘그란데 인테르’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 주세페 메아차 : 산 시로 경기장의 공식 명칭에 이름을 남긴 전설. 두 번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
- 로타어 마테우스 : 1989년 스쿠데토를 이끌고 1990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독일산 전차.
- 호나우두 : 부상으로 점철되기 전, 인테르에서 보낸 두 시즌 동안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공격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발롱도르를 수상했습니다.
- 발터 젱가 :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상징적인 골키퍼.
- 주세페 베르고미 : ‘로 치오(삼촌)’. 20년의 프로 생활 전부를 인테르에서 보낸 또 다른 충성의 아이콘.
- 산드로 마촐라 : 1960년대 ‘그란데 인테르’의 핵심 멤버. 두 번의 유러피언컵을 들어 올린 창의적인 공격의 중심.
- 에스테반 캄비아소 : 2010년 트레블의 숨은 영웅. 지능적인 아르헨티나 미드필더는 팀의 심장과도 같았습니다.
- 디에고 밀리토 : ‘일 프린치페(왕자)’. 2010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인테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을 완성한 영웅.
결론: 영원한 라이벌, 세 개의 다른 유산
트로피 비교: 숫자로 보는 영광의 역사
대회 | 유벤투스 | AC 밀란 | 인터 밀란 |
세리에 A | 36 | 19 | 20 |
코파 이탈리아 | 14 | 5 | 9 |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 9 | 7 | 8 |
UEFA 챔피언스리그 | 2 | 7 | 3 |
주요 트로피 합계 | 61 | 38 | 40 |
정체성의 충돌
유벤투스는 승리라는 결과를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기관’입니다. 그들의 문화는 실용적이고 체계적입니다.
AC 밀란은 전술적 이상주의와 유럽 무대에서의 왕도를 추구합니다. 그들의 전설들은 전술 혁명의 완벽한 구현체이거나 위대한 수호자들입니다.
인터 밀란은 열정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대표되는 ‘파짜 인테르’의 문화 그 자체가 매력입니다. 이 혼돈의 클럽을 지탱하는 것은 종종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가진 영웅들의 몫이었습니다.
토리노의 귀부인은 승리를 향한 냉철한 집념으로, 밀라노의 붉은 악마는 유럽을 호령했던 전술적 혁신으로, 그리고 밀라노의 푸른 뱀은 예측 불가능한 열정으로 각자의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왔습니다. 바로 이 다양성과 끊임없는 경쟁의 서사가 세리에 A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 리그 중 하나로 만드는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