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축구의 GOAT는?
네덜란드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 문화, 그리고 정체성의 용광로이며, 그 중심에는 세 개의 거대한 기둥이 서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예술가들 아약스, 로테르담의 노동자들 페예노르트, 그리고 에인트호번의 혁신가들 PSV가 바로 그들입니다. ‘데 그로테 드리(De Grote Drie)’, 즉 ‘빅3’로 불리는 이 세 클럽은 수십 년간 네덜란드 축구계를 지배해왔습니다.
이 글은 2025년을 기준으로, 세 클럽의 깊은 뿌리, 즉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을 빛낸 전설적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심층 비교 분석을 제공합니다. 아약스의 예술적 이상주의, 페예노르트의 강인한 노동자 정신, PSV의 실용적 혁신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들의 위대한 유산을 통해 네덜란드 축구의 심장부를 들여다봅니다.
1. 암스테르담의 예술가들: AFC 아약스
역사: 신화에서 ‘토탈 풋볼’의 창시까지
1900년 암스테르담에서 탄생한 AFC 아약스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아이아스’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아약스의 정체성이 전 세계에 각인된 시기는 1970년대,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창안하고 요한 크루이프가 구현한 ‘토탈 풋볼’ 혁명을 통해 3회 연속 유러피언컵을 제패한 ‘글로리아 아약스’ 시대였습니다. 이후 1990년대 루이 반 할 감독이 이끄는 유스 출신들로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그들의 철학을 증명했습니다.
문화와 정체성: ‘데 고덴조넨’과 유대인 이미지
아약스의 팬과 선수들은 스스로를 ‘데 고덴조넨(신들의 아들들)’이라 칭하며, 아름답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아약스의 정체성에서 ‘유대인 이미지’는 복잡하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라이벌 팬들의 반유대적인 구호에 대한 저항으로, 아약스 팬들은 스스로를 ‘슈퍼 요덴(슈퍼 유대인)’이라 칭하며 이 정체성을 자긍심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아약스를 빛낸 10인의 레전드
- 요한 크루이프 : 토탈 풋볼의 화신. 선수와 감독으로서 축구 혁명을 이끌었으며, 발롱도르를 3회 수상하고 아약스의 유러피언컵 3연패를 지휘했습니다.
- 마르코 반 바스텐 : 우아하고 치명적인 스트라이커. 아약스에서 174경기 154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고 AC 밀란으로 이적해 전설이 되었습니다.
- 프랑크 레이카르트 : 중원과 수비를 모두 지배했던 압도적인 선수. 1995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
- 데니스 베르캄프 : ‘얼음왕자’. 신기에 가까운 볼 컨트롤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아약스에서 UEFA컵을 우승하고 아스날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 야리 리트마넨 : 1995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조율한 핀란드의 천재. 아약스 역사상 유럽 대항전 최다 득점자.
- 샤크 스바르트 : ‘미스터 아약스’.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 1970년대 황금기 전체를 함께했습니다.
- 피트 카이저 : 토탈 풋볼 시대의 또 다른 위대한 윙어. 크루이프와 함께 막강한 공격진을 형성한 원클럽맨.
- 뤼트 크롤 : 1970년대 ’12명의 사도’ 중 한 명이었던 우아하고 다재다능한 수비수. 토탈 풋볼 수비의 핵심.
- 에드빈 판데르사르 : 뛰어난 볼 컨트롤 능력으로 골키퍼 포지션을 재정의한 혁명가. 1995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
- 에드가 다비즈 : ‘핏불’. 1995년 세대의 일원으로, 상징적인 고글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유명했습니다.
2. 로테르담의 노동자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역사: 민중의 클럽, 그 투박하고 위대한 여정
1908년 로테르담 남부의 노동자 계층 지역에서 탄생한 페예노르트는 항구 도시 로테르담의 노동자 문화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페예노르트 역사의 정점은 1970년입니다. 에른스트 하펠 감독의 지휘 아래, 그들은 네덜란드 클럽 역사상 최초로 유러피언컵을 차지하며 숙명의 라이벌 아약스보다 먼저 유럽 정상에 섰습니다.
문화와 정체성: ‘말보단 행동’의 항구 도시 멘탈리티
페예노르트의 정체성은 연고지 로테르담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근면함, 강인함, 그리고 실용주의적인 ‘소매를 걷어붙이는’ 정신이 그들의 문화입니다.
클럽의 모토인 “헤인 포르던, 마르 다던(Geen woorden, maar daden)” 즉, “말이 아닌 행동으로”는 이러한 도시의 문화를 완벽하게 요약합니다.
페예노르트의 팬들은 ‘헷 레히운(군단)’으로 불리며, 네덜란드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충성스러운 팬덤으로 유명합니다.
페예노르트를 빛낸 10인의 레전드
- 빌럼 판 하네험 : ‘데 크롬머(구부정한 사람)’. 1970년 유러피언컵 우승팀의 중원 사령관. 천재적인 패스와 거친 태클을 겸비.
- 쿤 마울레인 :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전설적인 왼쪽 윙어. 화려한 드리블로 노동자 계층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 우베 신드발 : 1970년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스웨덴 출신의 골잡이.
- 리뉘스 이스라엘 : ‘철인 리뉘스’. 1970년 유럽 챔피언 팀의 주장이자, 타협을 모르는 강인한 중앙 수비수.
- 디르크 카윗 : 페예노르트 정신의 현대적 화신. 선수 생활 말년에 클럽으로 돌아와 2017년, 18년 만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 로빈 판 페르시 : 아카데미가 낳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마법 같은 왼발을 소유했으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페예노르트에서 보냈습니다.
- 조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 : 아카데미 출신으로 아스날, 바르셀로나에서 성공한 레전드. 감독으로 돌아와 2017년 역사적인 리그 우승을 지휘했습니다.
- 요제프 키프리히 : ‘터터바녀의 마법사’. 1990년대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헝가리 출신의 컬트 히어로.
- 파울 보스펠트 : 2002년 UEFA컵 우승 당시 주장을 맡았던 거친 수비형 미드필더.
- 훌리오 크루스 : 1998-99 시즌 에레디비시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르헨티나 출신 스트라이커.
3. 에인트호번의 혁신가들: PSV 에인트호번
역사: 필립스의 빛으로 탄생한 거인
PSV는 1913년, 세계적인 전자 기업 필립스의 직원들을 위한 스포츠 클럽으로 창단되었습니다. 기업에 뿌리를 둔 이 독특한 배경은 클럽의 역사와 문화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PSV 역사의 최정점은 1988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유러피언컵, 에레디비시, KNVB컵을 모두 제패하며 역사적인 트레블을 달성한 ‘황금의 해’입니다.
문화와 정체성: ‘보에렌’과 브레인포트의 자부심
PSV는 종종 라이벌 팬들로부터 ‘보에렌(농부들)’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리지만, 팬들은 이를 오히려 자부심의 상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하이테크 기술 허브인 도시 ‘브레인포트 에인트호번’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혁신가’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PSV는 유럽 축구계에서 독특한 생존 전략을 구축했습니다. 바로 미래의 슈퍼스타, 특히 남미 출신 선수들을 위한 최고의 ‘디딤돌’ 클럽이 된 것입니다. 호마리우와 호나우두를 영입해 유럽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PSV를 빛낸 10인의 레전드
- 빌리 판데르카윌런 : ‘미스터 PSV’. 클럽 역대 최다 출장 및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한 원클럽맨.
- 뤼트 휠릿 : PSV를 두 번의 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AC 밀란으로 이적한 다재다능한 월드클래스 선수.
- 로날트 쿠만 : 1988년 트레블의 핵심 멤버. 강력한 킥을 자랑하는 볼 플레잉 디펜더.
- 호마리우 : PSV에서 유럽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브라질의 천재 공격수. 167경기 165골 기록.
- 호나우두 : ‘페노메노’. 10대 시절 PSV에 입단해 58경기 54골을 터뜨리며 전 세계에 자신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 한스 판브뢰컬런 : 1988년 유러피언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으로 우승을 안긴 영웅.
- 빌리 판더케르크호프 : ‘진공청소기’. 1978년 UEFA컵과 1988년 유러피언컵을 모두 경험한 미드필더.
- 뤼크 닐리스 : 판니스텔로이와의 환상적인 투톱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벨기에 출신 공격수.
- 마르크 판보멀 : 팀의 주장이자 중원을 지배했던 투사. PSV에서 4번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 아르연 로번 : 세계적인 윙어. PSV에서 리그 우승과 네덜란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습니다.
결론: 각기 다른 길, 하나의 위대한 유산
영광의 기록: 주요 우승 트로피 비교
트로피 | AFC 아약스 | PSV 에인트호번 |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
에레디비시 | 36 | 26 | 16 |
KNVB컵 | 21 | 12 | 14 |
요한 크루이프 실드 | 9 | 14 | 4 |
유러피언컵 / 챔피언스리그 | 4 | 1 | 1 |
UEFA컵 / 유로파리그 | 1 | 1 | 2 |
주요 트로피 총계 | 74 | 54 | 38 |
아약스는 예술가, 페예노르트는 노동자, PSV는 혁신가입니다. 암스테르담의 이상주의, 로테르담의 열정과 투지, 에인트호번의 실용주의와 지성은 네덜란드 축구를 지탱하는 세 가지 다른 방식의 위대함입니다. 어느 한 클럽도 다른 두 클럽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위대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문화적, 전술적, 그리고 스포츠적 경쟁은 서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고 발전시키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영광을 향해 경쟁해 온 세 거인의 삼각 구도야말로 네덜란드 축구를 풍요롭고 복합적이며, 영원한 유산으로 만든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