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 2025
보카리버

아르헨티나의 축구 GOAT는?

아르헨티나의 심장, 부에노스아이레스. 이 도시를, 나아가 아르헨티나 전체를 두 개로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강렬한 ‘수페르클라시코(Superclásico)’가 있습니다. 바로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대결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세기 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난한 항구 지역인 라 보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팀은 노동자 계급의 땀과 열정을 상징하는 민중의 클럽으로, 다른 한 팀은 부유층의 지지를 받으며 화려하고 예술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귀족의 클럽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축구 이야기가 아니라, 아르헨티나 사회의 축소판이자 끝나지 않을 영원한 전쟁에 대한 기록입니다.


1. 정체성의 대립: 귀족과 민중의 영원한 전쟁

보카 주니어스: 제노바의 후예, 민중의 클럽

1905년, 라 보카 지역의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창단되었습니다. ‘세네이세스(Xeneizes, 제노바 사람들)’라는 별명은 이러한 클럽의 뿌리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보카의 축구 철학은 한 단어, ‘가라(Garra)’로 요약됩니다. ‘발톱’ 또는 ‘투지’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기술적인 아름다움보다 정신력, 투혼, 그리고 승리를 향한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축구 스타일을 대변합니다.

리버 플레이트: 백만장자 군단, 예술 축구의 신봉자

1901년 라 보카 지역에서 창단되었지만, 1925년 부유한 지역인 누녜스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계급적 라이벌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로스 미요나리오스(백만장자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리버 플레이트의 축구 철학은 ‘라 누에스트라(La Nuestra, 우리의 방식)’로 대표됩니다. 이는 실리보다는 아름다움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예술적인 축구를 지향합니다.


2. 성지(聖地):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공간

라 봄보네라: 살아 숨 쉬는 초콜릿 상자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 ‘라 봄보네라(초콜릿 상자)’는 좁은 부지에 최대한 많은 관중을 수용하기 위해 탄생한 수직적인 3층 구조가 특징입니다. 이 구조는 팬들이 동시에 뛰며 응원할 때 마치 경기장 자체가 거대한 심장처럼 고동치는 듯한 전율을 만들어냅니다. 경기장 안팎을 장식한 수많은 벽화는 클럽의 역사와 지역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엘 모누멘탈: 위대한 역사의 무대

리버 플레이트의 홈구장 ‘엘 모누멘탈(기념비)’은 그 이름처럼 웅장한 규모와 상징성을 자랑합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사용되어 아르헨티나가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인 장소로서, 단순한 클럽 경기장을 넘어 국가적 성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남미 최대 규모의 경기장으로 거듭났습니다.


3. 12번째 선수: 열정, 권력, 그리고 비극

‘바라 브라바스(Barras Bravas)’라 불리는 조직적인 서포터 그룹은 수페르클라시코의 일부이자, 때로는 경기 자체를 지배하는 거대한 힘입니다.

바라 브라바스(Barras Bravas)

  • 보카의 ‘라 도세(La 12, 12번째 선수)’: 거대한 깃발과 끊임없는 응원가, 화려한 불꽃놀이로 라 봄보네라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 리버의 ‘로스 보라초스 델 타블론(계단식 관중석의 주정뱅이들)’: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극심한 내부 권력 다툼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비극의 역사

수페르클라시코의 과열된 열기는 때로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1968년 ‘푸에르타 12(12번 출구) 참사’로 71명의 팬이 사망했고, 2018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은 팬들의 폭력 사태로 인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4. 판테온: 수페르클라시코를 빛낸 20명의 전설

보카 주니어스의 우상들

  1. 디에고 마라도나 : ‘신’이 된 남자. 1981년 보카에 입단하여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유럽에서의 성공 이후 1995년 친정팀으로 복귀하며 ‘민중의 영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습니다.
  2. 후안 로만 리켈메 : 최후의 ‘엔간체’. 보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플레이메이커. 3번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이끌었으며, 현재는 클럽 회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3. 마르틴 팔레르모 : ‘엘 로코(미치광이)’. 예측 불가능하고 기적적인 골을 터뜨리는 보카 역사상 최다 득점자.
  4. 카를로스 테베스 : 민중의 아들. 라 보카의 거친 거리에서 성장하며 ‘가라’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한 스타.
  5. 기예르모 바로스 스켈로토 : 교활한 쌍둥이. 팔레르모와 함께 보카의 황금기를 이끈 공격 파트너이자 지능적인 플레이어.
  6. 안토니오 라틴 : ‘가라’의 화신. 1960년대 보카의 투쟁적인 정신을 상징하는 원클럽맨.
  7. 실비오 마르솔리니 :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고의 레프트백. 1960년대 보카 황금기의 기둥.
  8. 우고 가티 : ‘엘 로코’ 골키퍼. ‘스위퍼 키퍼’ 스타일을 대중화한 포지션의 혁명가.
  9. 세바스티안 바타글리아 : 보카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17개 이상)를 들어 올린 선수.
  10. 왈테르 사무엘 : ‘벽’. 카를로스 비안치 시대의 황금기를 이끈 철벽 수비수.

리버 플레이트의 영웅들

  1.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 금빛 화살.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 되기 전, 리버 플레이트에서 그의 ‘토탈 풋볼’ 스타일을 싹틔웠습니다.
  2. 엔소 프란체스콜리 : ‘왕자님’. 리버 역사상 가장 우아하고 기술적인 선수. ‘라 누에스트라’ 철학의 완벽한 구현체.
  3. 앙헬 라브루나 : ‘추악한 천사’. 클럽 역사상 최다 득점자이자, 감독으로서 18년간의 무관 저주를 끊어낸 구세주.
  4. 노르베르토 알론소 : ‘베토’. 1975년과 1986년, 두 번의 역사적인 우승을 모두 이끈 전설적인 10번.
  5. 아마데오 카리소 : 골키퍼 포지션의 혁명가. 아르헨티나 최초로 골키퍼 장갑을 착용하고 ‘스위퍼 키퍼’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6. 다니엘 파사레야 : ‘위대한 주장’.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주장.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리버에 우승을 안겼습니다.
  7. 아리엘 오르테가 : ‘작은 당나귀’.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불린 천재적인 드리블러.
  8. 마르셀로 가야르도 : ‘나폴레옹’. 감독으로서 클럽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대를 열었으며, 2018년 ‘세기의 결승’에서 보카를 꺾고 우승.
  9. 에르난 크레스포 : 리버 유스 아카데미가 배출한 세계적인 공격수. 1996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의 영웅.
  10. 파블로 아이마르 : ‘어릿광대’. 리오넬 메시의 우상으로도 유명한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5. 숫자로 보는 라이벌의 역사

트로피 캐비닛

우승 트로피보카 주니어스리버 플레이트
프리메라 디비시온3538
국내 컵대회1716
코파 리베르타도레스64
인터컨티넨탈컵/클럽 월드컵31
종합 우승 횟수7472

수페르클라시코 역대 전적

대회총 경기 수보카 주니어스 승리버 플레이트 승무승부
모든 공식 경기265918985

결론: 끝나지 않을 영원한 전쟁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수페르클라시코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아르헨티나 사회를 관통하는 계급, 철학, 정체성의 대립이 응축된 하나의 거대한 서사입니다. 라 봄보네라의 고동치는 심장과 엘 모누멘탈의 웅장한 함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클럽의 영혼을 노래합니다. 선수와 감독은 바뀌고 시대는 흘러가도, 푸른색과 노란색, 그리고 흰색과 붉은색이 충돌하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전쟁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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