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축구의 GOAT는?
런던은 단순한 영국의 수도가 아닙니다. 축구의 심장과도 같은 도시이며, 이곳을 연고로 하는 클럽들은 단순한 스포츠 팀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 그리고 역사를 대변하는 문화적 기관입니다. 수많은 런던 클럽 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며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한 세 거인이 있습니다: 아스날, 첼시, 그리고 토트넘 홋스퍼.
이 글은 2025년을 기준으로, 세 클럽의 현재 성적을 넘어 그들의 깊은 역사적 뿌리와 독특하게 발전해 온 클럽 문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간 불멸의 전설들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고자 합니다. 노동자 계급의 자부심에서 시작해 ‘무적’의 신화를 쓴 아스날, 경기장을 채우기 위해 태어나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클럽 중 하나로 변모한 첼시, 그리고 ‘감히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낭만적 이상을 추구하는 토트넘까지. 런던의 진정한 왕관을 쓸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들의 영광과 투쟁의 역사를 통해 탐구해 봅니다.
1. 아스날 FC: 북런던의 거인
클럽의 기원과 정체성: 병기창에서 ‘무적’으로
아스날은 1886년, 런던 외곽 울위치의 왕립 병기창 노동자들이 창단한 ‘다이얼 스퀘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산업적이고 노동자적인 뿌리는 클럽의 상징인 대포 문양과 ‘거너스(Gunners)’라는 별명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1913년,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북런던의 하이버리로 이전하면서 숙적 토트넘과의 치열한 ‘북런던 더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스날의 현대적 정체성을 논할 때, 2003-04 시즌의 ‘무적 우승(The Invincibles)’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던 아스날은 해당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프리미어리그는 아스날에게 특별히 제작된 황금 트로피를 수여했습니다.
아스날의 전설 10인
- 티에리 앙리 : 클럽 역사상 최다 득점자(228골). ‘무적’ 시즌의 핵심이었으며, 아스날의 ‘왕’으로 군림했습니다.
- 데니스 베르캄프 : ‘아이스맨’. 신기에 가까운 볼 컨트롤과 예측 불가능한 패스로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기술의 대가.
- 토니 아담스 : ‘미스터 아스날’. 19년 동안 오직 아스날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자 위대한 주장.
- 패트릭 비에이라 : ‘무적’ 군단의 심장이자 엔진. 압도적인 피지컬과 뛰어난 기술을 겸비한 완벽한 미드필더.
- 이안 라이트 : 앙리 이전 아스날의 최다 득점 기록 보유자. 타고난 득점 감각으로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음.
- 로베르 피레스 : 우아하고 지능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던 왼쪽 윙어. 벵거볼의 아름다움을 상징.
- 데이비드 시먼 :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아스날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킨 수호신.
- 리암 브래디 : 1970년대 아스날의 창의성을 책임졌던 아일랜드 출신의 천재 미드필더.
- 클리프 바스틴 : 1930년대 아스날의 첫 번째 황금기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득점원.
- 솔 캠벨 : 라이벌 토트넘에서 이적해 ‘무적’ 수비의 핵심 기둥이 된, 북런던 더비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인물.
2. 첼시 FC: 스탬포드 브릿지의 푸른 사자
클럽의 기원과 정체성: 킹스 로드의 왕들에서 유럽의 챔피언으로
첼시는 1905년, 사업가 거스 미어스가 스탬포드 브릿지 경기장을 채우기 위해 직접 창단한, 목적이 분명한 클럽이었습니다. 첼시의 역사는 전통 계승보다는 급진적인 변화를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클럽을 인수하며 첼시의 역사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시대’ 동안 첼시는 총 19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특히 두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2012, 2021)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시대는 첼시에 ‘결과 지상주의’ 문화와 글로벌 슈퍼 클럽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습니다.
첼시의 전설 10인
- 프랭크 램파드 : 클럽 역사상 최다 득점자(211골). 미드필더임에도 경이로운 득점력을 자랑한 아브라모비치 시대의 상징.
- 존 테리 : ‘캡틴, 리더, 레전드’. 첼시 유스 출신 원클럽맨. 투혼과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 수비의 심장.
- 디디에 드록바 : ‘전쟁의 신’. 201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클럽에 첫 빅이어를 안긴 빅게임 헌터.
- 페트르 체흐 : 첼시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 201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신들린 선방으로 전설이 됨.
- 지안프랑코 졸라 : 아브라모비치 시대 이전에 스탬포드 브릿지에 마법을 불어넣은 이탈리아의 작은 거인.
- 피터 오스굿 : ‘스탬포드 브릿지의 왕’. 1970년대 첼시의 화려하고 매력적인 스타일을 상징하는 인물.
- 론 해리스 : ‘차퍼’.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795경기) 보유자. 거칠고 타협 없는 수비의 상징.
- 에덴 아자르 : 2010년대 첼시의 공격을 이끈 창조적인 천재. 폭발적인 드리블로 두 번의 리그 우승에 기여.
- 클로드 마케렐레 :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재정의한 ‘마케렐레 롤’의 창시자. 무리뉴의 완벽한 수비 방패.
- 로이 벤틀리 : 첼시의 첫 리그 우승(1954-55)을 이끈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
3. 토트넘 홋스퍼 FC: 영광을 향한 도전
클럽의 기원과 정체성: ‘감히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
토트넘은 1882년 학생들이 창단했으며, 클럽 이름은 셰익스피어 희곡에도 등장하는 귀족 ‘해리 홋스퍼’에서 유래했습니다.
토트넘의 클럽 철학은 라틴어 모토인 ‘Audere est Facere’, 즉 ‘감히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To Dare Is To Do)’라는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이 철학을 그라운드 위에서 완벽하게 구현한 시대가 바로 빌 니콜슨 감독이 이끌었던 1960-61 시즌 ‘더블(리그, FA컵 동시 우승)’ 달성의 ‘영광의 시대’였습니다.
이후 모든 토트넘 팀은 이 ‘영광의 게임(Glory Game)’이라는 기준에 따라 평가받으며, 단순히 이기는 것을 넘어 아름답고 공격적인 축구를 기대하게 만드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토트넘의 전설 11인
- 지미 그리브스 :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잡이. 토트넘에서 266골이라는 경이로운 클럽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움.
- 데이브 맥카이 : ‘더블’ 우승팀의 ‘심장 박동’. 무시무시한 투지와 뛰어난 기술로 팀의 중심을 잡았던 위대한 미드필더.
- 글렌 호들 : 잉글랜드가 배출한 가장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 우아한 볼 컨트롤과 창의적인 패스로 1980년대 토트넘의 축구를 예술로 끌어올림.
- 대니 블랜치플라워 : ‘영광의 시대’를 이끈 철학자이자 주장. ‘감히 도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클럽의 정신을 구현.
- 해리 케인 : 토트넘 유스가 낳은 현대사의 상징. 클럽 역대 최다 득점자(280골).
- 손흥민 : 현 시대 토트넘의 상징이자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2021-22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리그 골든 부츠 수상.
- 레들리 킹 : 비운의 천재.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도 13년간 오직 토트넘에서만 뛴 ‘원클럽맨’.
- 팻 제닝스 :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 중 한 명. 토트넘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두 번이나 ‘올해의 선수’에 선정.
- 스티브 페리맨 : 클럽 역대 최다 출장 기록(866경기) 보유자. 1980년대 초 FA컵 2연패를 이끎.
- 게리 리네커 :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토트넘의 공격을 이끈 월드클래스 골잡이.
- 클리프 존스 : ‘더블’ 우승팀의 핵심 멤버.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했던 웨일스 출신의 윙어.
종합 비교 분석: 우승 트로피, 라이벌리, 그리고 문화
숫자로 보는 영광: 역대 주요 우승 기록 비교
트로피 | 아스날 | 첼시 | 토트넘 |
1부 리그 / 프리미어리그 | 13 | 6 | 2 |
FA컵 | 14 | 8 | 8 |
리그컵 | 2 | 5 | 4 |
UEFA 챔피언스리그 | 0 | 2 | 0 |
총계 (주요 대회) | 48 | 32 | 24 |
런던의 격전: 주요 더비의 역사와 의미
- 북런던 더비 (아스날 vs. 토트넘):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적 원한으로 점철된 북런던의 패권을 건 싸움.
- 첼시 vs. 아스날: 21세기 들어 첼시가 신흥 강호로 부상하며 형성된 현대 런던 축구의 가장 중요한 더비.
- 첼시 vs. 토트넘: 런던 더비 중 가장 격렬하고 적대적인 관계로 평가받으며, ‘스탬포드 브릿지의 전투’와 같은 명장면을 남김.
클럽 문화 비교: 정체성은 어떻게 다른가?
- 아스날: 전통과 품격의 클럽. ‘클래스(Class)’와 ‘무적 우승’의 유산을 가진 런던의 전통적인 귀족.
- 첼시: 변화와 힘의 클럽. 21세기형 글로벌 슈퍼 클럽의 전형. 실용적이고 무자비하게 승리를 추구하며 현대 축구의 힘과 자본을 상징.
- 토트넘: 철학과 이상의 클럽. ‘영광의 게임’이라는 철학적 이상에 기반한, 런던의 세 거인 중 가장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적인 도전자.
결론: 런던의 왕관은 누구에게?
런던의 왕관을 쓸 자격이 있는 단 하나의 클럽을 꼽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스날의 주장은 역사적 꾸준함과 ‘무적’이라는 독보적인 영광에 기반합니다. 첼시의 주장은 21세기 현대 축구 시대의 압도적인 지배력과 런던 유일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있습니다. 토트넘의 주장은 트로피 개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광의 게임’이라는 축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가치에 있습니다.
결국 런던의 왕관은 하나의 통일된 왕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 현대의 지배력, 그리고 철학적 이상이라는 세 개의 빛나는 보석으로 이루어진 다면적인 왕관과 같습니다. 어떤 보석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지는, 축구를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과 가치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런던 더비, 역사적 레거시, 문화적 정체성, 2025